[인터뷰] 미쉐린 3스타 가온의 김병진 셰프: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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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3스타 가온의 김병진 셰프는 한식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수백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의 맛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김병일 셰프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자연주의 한식 레시피 연구와 개발에 끊임없이 전념해왔다. 한식 한길을 고집해 온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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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쉐린 3스타 수상에 대한 소감 먼저 부탁드려요.

“요즘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셰프들이 워낙 많은데,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요리를 했어요. 요리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 한식에 대한 경험이나 느낌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들어왔는데, 그런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미쉐린 스타를 받은 건 더 많은 사람들한테 한식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식을 사랑하게 되어 함께 한식을 연구하다 보면 더 좋은 한식당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한식을 공부하려고 하는 학생들이나 셰프들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계기를 통해서 더 많은 셰프들과 함께 한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언제부터 한식을 했나요?

“처음에는 한식을 하지 않았어요. 조리과를 전공하고 지인의 추천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퓨전 요리’를 만든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다음에는 중식당에서도 일을 했었고 다시 한식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계속 한식만 했어요. 한식을 가장 많이 했던 건 아무래도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저는 공관병이었기 때문에 장군의 관사에서 근무를 했어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식을 차렸고 한 달에 네다섯 번씩 회식이 있어서 한식 메뉴를 구상해야 했죠.”

– 한식을 고집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재밌는 이유가 제가 지난 41년 동안 한식을 먹어왔잖아요.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한식과는 다른 더 새로운 한식의 모습이 많아요. 그런 부분은 책을 보거나 문헌을 공부하면서 느껴지는 부분인데, ‘이런 게 있구나.’ 호기심도 생기고, 더 알고 싶고, 그러다 보니 꾸준히 한식만 하게 된 것 같아요.

또 회장님과 이야기하면서 ‘자네 꿈이 뭔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셰프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셰프가 된다는 건 리더가 된다는 의미인데, 리더가 되고 싶으면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을 해야 된다고 강조하셨죠.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외국의 어떤 셰프보다 한국 음식을 받아들이는 감성이 더 풍부하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음식을 정말 잘 하는 프랑스 셰프보다 한국에서 정말 잘 하는 프렌치 셰프가 더 뛰어나진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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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헌을 공부하면서 한식의 어떤 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한식을 떠올릴 때 굉장히 많은 재료들이 섞여서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한식은 조선왕조 말의 음식이었고, 그 이전의 음식은 재료 중심의 요리들이 많았어요. ‘음식디미방’ 혹은 ‘수운잡방’ 같은 문헌들을 살펴보면 재료 중심의 요리들이 정말 많아요. 다채로움에서 오는 조화보다 한 가지에 집중해서 들어가는 요리들 말이에요. 그렇게 전에는 알지 못 했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 2003년, 가온 오픈 때부터 함께 하셨으니 올해로  14년째죠?

“맞아요. 중간에 레스토라이 문을 잠시 닫았던 시절에도 함께 했었어요. 화요만찬이라고 해서 광주요 그룹 조태권 회장님 자택에서 꾸준히 행사를 했었어요. 한 달에 네다섯 번씩, 매달 제철 식재료에 따라 메뉴 구성을 바꿔가면서. 그 시간이 저에게는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생각도 굉장히 많이 하게 했고, 공부도 많이 하게 했고.”

–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했어요?

“내가 정말 이걸 좋아하는 걸까? 혼자서 직접 장 보고 메뉴 구상하고 스토리 잡고 메뉴판 들어가는 부분들 정하고 기물들 선정하고 테이블 세팅하고. 혼자서 모든 걸 다 했다고 보면 되거든요. 그러다가 2015년, 가온이 재오픈 했을 때 가온 소사이어티의 조희경 대표, 비채나의 방기수 셰프와 협업하면서 좀 편해지긴 했는데, 화요만찬을 통해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간혹 지인들이 ‘너 왜 그렇게 일하고 있니?’라고 물어보기도 했고, “너 동진 엄마야?”라는 질문을 할때면 자괴감도 들긴 했는데 그냥 재미있었어요.”

– 어떤  면이재미있었나요?

“바로 볼 수 있잖아요, 사람들의 반응을. 가온 메뉴를 잡을 때도 조희경 대표와 함께 했지만, 화요만찬 덕분에 많이 훈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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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은 어떤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하고 싶으세요?

“한국의 전반적인 가치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레스토랑은 음식을 먹는 것 자체로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공간도 한식과 조화롭게 만들었고,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유니폼도, 음악도, 많은 부분들이 한식이 갖고 있는 문화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에 이 공간에 들어와서 서너 시간 있을 동안만큼은 오롯이 한국을 느낄 수 있게 될 거에요.”

– 음식을 만드는 셰프로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책을 많이 봐요. 그리고 쉬는 날에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요. 조용한 커피숍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보는 게 낙이에요. 그러면서 생각해요. ‘저 사람들은 뭘 좋아할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이 동네에 왔겠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맛 집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이런 거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의 영향이 가장 커요. 한식에 관련된 문헌을 주로 보고 외국 서적도 많이 봐요. 제가 외국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사진이 많은 외국 서적을 봐요. 그런데, 어떤 외국 음식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레시피가 자꾸 눈에 들어오고 결국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그 음식은 다른 사람의 것을 내가 따라 한거지 나의 생각 혹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한 부분들은 하나도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그림만 잠깐씩 보고 주로 한식과 관련된 서적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 제철 재료/ 지역 특산품은 어떻게 공수하세요?

“산지 다니면서 거래처를 확보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3-4번씩 저랑 수 셰프랑 장을 보러 다녀요. 주로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시장, 경동시장, 중부시장으로 가요.”

– 제철 재료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나요?

“그렇죠. 메뉴 구상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그 계절에 맛있는 재료들을 죽 나열하는 거예요. 그런 다음 그 재료들을 이용한 한국 음식이 무엇이 있었나를 책에서 찾아봐요. 그리고 고민을 하죠. 이 음식을 조금 더 가온스럽게, 나만의 방식대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그런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내죠.”

– 방금 언급한 ‘가온스러움’이란 무엇일까요?

“저도 젊었을 때 그랬었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접시 하나에 굉장히 많은 재료들을 올려놓는 편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제가 한식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은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여백의 미’에요. 여백이란 건 자연스럽다는 거거든요. 한국 음식을 말할 때 건강하다고 하는 것도 자연에서 나오기 때문이에요. 자연스러운데 많은 것들이 들어가지 않고, 한 플레이트에 다양한 재료를 얹어서 모양을 꾸미는 것보다 기물이 갖고 있는 색상이나 거기에 담긴 모습이 소담스럽고 자연스러우면 가장 가온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 본인이 생각하는 파인 다이닝이란?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면 대부분 프렌치나 일식을 생각하는데요.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를 예로 들자면 코스 요리인데 흐름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파인 다이닝은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떤 콘셉트를 갖고서 그 흐름의 강약을 조절해 나가는 것. 많은 사람들이 한식은 한상 가득히 차려서 대접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첫 임팩트만 강하지 다 먹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음식이 별로 없어요. 스토리를 잡아서 흐름에 맞춰 음식을 대접하면 셰프와 먹는 사람은 충분히 교감할 수 있을 것이고, 한식이 추구하는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제대로 된 한식 글로벌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기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시작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으니 당신들은 무조건 따라와.’라고 하는 것보다는 한국 사람들 자체가 다양한 한국 음식이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어야 남한테도 권할 수 있듯이, ‘이게 좋아 보이니까 네가 그냥 해.’라고 할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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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들이 한식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음식이었으면 좋겠어요. 동양의 음식 철학의 밑바탕은 ‘약식동원’ 즉 좋은 음식은 약과 같다는 의미인데요, 소크라테스도 음식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음식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도 있지만 건강해지기 위해 먹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한식이 자연스러운 음식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 지금 먹으면 가장 맛있는 식재료는 무엇이 있을까요?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해산물이 좋아지고 뿌리채소들도 많은 양분들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기는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고기도 가장 맛있어지는 시기가 지금이에요.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몸에 많은 영양분을 축적시켜야 하거든요. 그래야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고,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은 고기도 맛있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세요?

“닭갈비 좋아해요. 저에게는 솔 푸드에요. 제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거든요. 음식은 친하지 않은 사람도 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닭갈비를 먹을 때는 항상 원형 판에 둘러앉아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요. 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그 모습이 좋아서 닭갈비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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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하고 싶은 요리와 페어링 할 수 있는 전통주가 있다면?

“전복이랑 송엽주를 추천하고 싶어요. 전복은 바다 깊은 곳에 살고 냄새가 나는 해초를 먹고살아요. 반면, 솔잎은 깊은 산속의 냄새를 연상시켜요. 미각이란 혀에서 느껴지는 맛뿐만 아니라 촉각이나 기억 등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전해지거든요. 깊은 바다와 깊은 산속의 향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앞으로의 목표는?

“늘 한결같았으면 좋겠어요. 일부 사람들은 큰 무언가가 다가오면 그걸로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데 저는 그러기보다는 늘 지금처럼 한식에 대해 고민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저와 같이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러면 더 나은 한식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셰프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