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스타 오너 셰프 권우중의 한식 문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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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중 셰프의 집안에는 요리사의 피가 흐른다. 1960년대, 그의 외할아버지는 장충동에서 어마어마하게 잘 나가는 이북 음식 전문점의 오너 셰프였다. 손님이 어찌나 많았던지 하루에 쌀을 두 가마 씩 지었다고 한다. 고인은 매일 새벽 직접 장을 보고 직접 요리를 준비했다. 냉면과 만두, 빈대떡과 족발 같은 대표적인 이북 음식 외에도 당시의 많은 식당들이 그랬듯이 육개장과 순두부 같은 식사도 제공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손맛은 어머니가 이어받았다. 어머니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손사래치는 권우중 셰프. 그는 아주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한식을 배웠다. 웬만한 김치와 젓갈은 열 살 내외 때 섭렵했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대단했다. 경희대학교에서 조리과학을 전공하며 현대 요리를 배웠지만, 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은 한식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장과 제철 식재료, 그리고 평소에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진귀한 식재료를 기반으로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제공하고 있는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를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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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ar & Dining

미쉐린 가이드에서 권숙수가 별 두 개를 받았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기뻐요. 너무너무 기쁘면서도 부담스럽기도 해요. 별 두 개와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 중 오너 셰프는 저 하나뿐이거든요. 별을 받은 순간부터 조심스러워졌어요. ‘오너 셰프의 얼굴에 먹칠을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 스스로가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주방이 좀 더 힘들어요. 다른 셰프들은 사서 쓰는 걸 저희는 직접 만들거든요. 게다가 장도 직접 봐요. 그렇기 때문에 주방 친구들의 근무시간이 엄청나고 일의 강도도 엄청나요. 그런데 음식을 먹는 손님들이 그런 부분들까지 다 느끼기는 어렵거든요. 저희가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 요리사로서의 마음가짐, 이런 부분들까지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별을 받게 되면서 심적으로 큰 위안을 얻었어요.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 날 미쉐린 시상식 동영상을 보다가 주방 스텝들이 울었어요. 저도 물론 현장에서 눈물을 참느라 애썼고요.

 

미쉐린 스타를 받은 뒤 달라진 게 있다면?

손님 수는 별을 받기 전이나 후나 같아요. 달라진 게 있다면 식재료에 더욱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별을 받은 이상 손님들의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비용 구조가 높아졌어요. 얼마 전 겨울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까치 버섯, 밤버섯, 밀버섯, 싸리버섯, 능이버섯 등 야생에서 조금씩 자라는 다섯 가지 버섯과 늦가을 참게로 만든 요리를 첨가했어요. 참게로 만두를 만들어봤는데 기존의 녹진한 섬진강 참게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에요. 더 맛있어요. 겨울철 메뉴로 꿩요리도 있어요. 최근에 꿩 가격이 또 올라서 800 그램 정도에 25,000원 해요. 하지만 비싸도 최고로 좋은 재료를 쓰고 있어요.

 

식자재는 어떻게 공수하세요?

제가 지난 5년 동안 발품 팔면서 발견한 곳들로부터 택배로 받고 있어요.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제철 재료는 한정적이에요. 세분화도 안 되어 있고요. 셰프로서 아쉬운 건 식재료를 구하고 수급하는 게 외국보다 비싸다는 점이에요. 한국에는 아직 좋은 식재료를 유통하고 납품하는 회사가 없어서 셰프들이 일일이 구하러 다녀야 해요. 다른 3스타나 2스타 레스토랑 같은 경우 식자재 공수를 전문으로 하는 팀이나 인원을 갖추고 있는데 저만하더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다 했거든요. 그 데이터가 쌓여서 ‘이 정도면 요리를 할 수 있겠다’고 느꼈을 때 권숙수를 오픈한 거죠. 예전에 비하면 요새 시작하는 셰프들은 참 좋 조건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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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ar & Dining

레스토랑에서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는?

굉장히 많은데요…콩 중에 명지산의 산자락에서 막 키운 야생 대두콩이 있어요. 저희 집 반상에 나가는 콩탕에 이용하고 있는데 콩알이 굉장히 작으면서 엄청나게 진한 맛을 내요. 매년 1년 치를 미리 확보해 놓을 정도로 좋아하는 식재료에요. 여름에는 콩국으로 내고 겨울에는 콩탕을 만들어요. 해산물 중에는 솥밥에 이용하고 있는 은어를 좋아하고 금풍생이도 좋아해요. 금풍생이 같은 경우는 너무 와일드 하고 저희 요리에 쓰려면 뼈와 살을 분리해서 이용해야 하는 어려운 생선이라 쓰지 못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스트로를 운영했을 때는 금풍생이를 통째로 구워냈어요. 육류는 사실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요. 현재 지리산 버크셔 돼지를 쓰고 있고 숙성 한우를 이용하고 있어요. 한우를 40일 정도 길게 숙성하는데 블루 치즈 향의 꼬리꼬리 한 향이 나면서 맛이 진해져요. 그걸로 요리하죠.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청국장이오. 이북 음식인 족발과 만두도 맛있고, 김치 담그는 솜씨도 대단하세요. 어머니가 무쳐주는 토종 고수 무침도 정말 좋아해요. 약간의  액젓, 들기름, 매실청 등을 넣고 무치는데, 토종 식재료에서 오는  DNA 적인 친근감과 어머니의 절묘한 손맛이 합쳐져서 제게는 너무 맛있게 느껴져요. 집에서는 보통 배가 터질 때까지 먹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시죠? 뭘 얻어 오세요?

두 달에 한 번은 꼭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셰프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커요.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되게 한식을 풀어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해요. 예를 들어 일식처럼 식재료 본연의 맛을 세련되게,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게 풀어내는 연구를 하죠. 외국 음식으로부터도 영감을 받아요. 외국에서 접한 식재료도 마찬가지고요.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브레스(Bresse) 닭을 먹어보고 든 생각은 ‘한국에는 이런 괜찮은 닭이 없을까?’였어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구엄닭이라는 제주 토종닭이 있는 거예요. 가을까지 6개월가량 썼었죠. 그런데 비싸요. 일반 닭이 800그램에 3,500원에서 4,000원 한다고 치면 구엄닭은 15,000원이에요. 꿩은 더 비싸고요.

 

최근 외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최근에 행사 차 홍콩에 갔었어요. 너무 좋은 음식이 많아서 갑자기 침이 꿀꺽 삼켜지는데…에그 누들이오. 음식 준비와 서비스를 포함해서 16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밤늦게까지 하는 에그 누들 집이었어요. 스텝과 함께 가서 한 그릇씩 먹으면서 배를 채웠죠. 배가 정말 고플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의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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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ar & Dining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기물이라던지 일인 독상, 벽에 걸린 그림 등이 권숙수의 음식 콘셉트와 잘 맞아요.

나이가 들고 아버지랑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스러운 멋에 더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아버지가 미술 쪽에 계셨기 때문에 이런 기물이나 소품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서 친근했어요. 뒤에 있는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금속에다 칠한 칠보 작품인데 이런 게 집에 많이 있어요. 참고로 저 그림은 제 돈 주고 살 수가 없어서 부모님 댁에서 떼어왔어요. 참 멋있잖아요. 그런데 저런 멋을 보여주는 한국 음식점이 지금까지는 많지 않았어요.

이 술잔의 그림은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광주요 측에 제작 외뢰한 거예요. 이 상의 문양도 그렇고요. 모든 기물을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주문 제작했어요. 권숙수를 오픈하면서 예쁘고 고급스러운 한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고리타분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콘셉트를 원했죠.

 

한식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양이 좀 적거나 가격이 좀 비싸면 수모를 당했어요. 거의 사기꾼 취급을 당했었죠. 하지만, 지난 3-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일단, 고급 한식을 취급하는 레스토랑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고 거기 다니는 손님 층이 확실히 늘었어요. 미쉐린 가이드 동경 편이 2007년에 출간됐었잖아요. 그런데 그로부터 5년 전이었던 2002년에도 일식 레스토랑의 수준은 높았어요. 일본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한국 같은 경우 5년 전이었다면 어려웠을거예요. 정말 엄청난 발전을 했어요. 미쉐린 가이드 출간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아까 식자재 공수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이 부분 역시 개선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식재료의 값어치를 인정해주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생길 테니까요. 당장 1-2년 안에는 힘들겠지만 한식 레스토랑이 지난 4년간 급속도로 발전한 것처럼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주류 메뉴에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주류 메뉴는 한욱태 매니저 겸 소믈리에에게 정권을 넘겨줬어요. 한국 요리를 하다 보니까 우리 술을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는데 우리 술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하지만 와인은 한욱태 소믈리에가 전적으로 담당해요. 저는 우리 술이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달고 누룩 향이 강한 술이 많아 음식과 페어링 할 땐 제한적인 게 사실이에요. 앞으로 2-3년 동안 풀어야 할 숙제라고 봐요. 더 좋은 술들이 나오고 있긴 한데 소비자가 어떤 술을 사주는지에 따라 술 시장이 변화할 것 같아요. 전통주가 독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같은 13-14 도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향이 강하다 보면 더 세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거든요. 저희 식당에 오시는 외국인들은 전통주 페어링을 선호하시고 한국 손님들은 전통주와 와인을 섞어서 페어링 하는 걸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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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ar & Dining

현재 계획 중인 신년 프로젝트가 있는지?

별을 따기 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한식 비스트로에요. 위치는 권숙수 근처이고 조금 있으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요. 권숙수는 최고의 식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 곳이지만 앞으로 열게 될 비스트로는 전국 팔도 음식을 친근감 있게 표현하는 곳이 될 거예요. 어디에도 없는 재미있는 분위기와 콘셉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밤에 만나서 편하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 철 따라 지역 따라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오는 곳, 가격적으로도 부담 없는 곳으로 만들 거예요. 술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곳에서는 요리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덜 해요. 재미있게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