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공양: 세계 최초 미쉐린 스타 사찰음식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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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여 년의 한국 불교 역사 속에서 태어난 수행 음식이 세계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2009년부터 대한 불교 조계종에 의해 운영되어 온 발우공양은 지난 2월 메뉴 및 인테리어 리뉴얼을 마치고 사찰에서 직접 만든 전통장과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계절별 메뉴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어 왔다.

사찰음식은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 원형을 간직한 전통음식인 동시에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건강음식으로 최근 몇 년간 외국에서도 각광받아 왔다. 실제로 발우공양의 고객 중 30% 이상이 유럽과 미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이스라엘 등에서 온 외국인으로 4개 국어로 된 메뉴판도 갖추고 있다.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서 진주 음식 전문점 ‘하모’의 박경주 대표와 함께 여성 셰프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준 발우공양의 김지영 셰프는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셰프들이 약진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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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 미쉐린 스타를 받은 건 세계 최초인데 소감 먼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발우공양은 외국인 손님들도 굉장히 많이 찾으시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찰음식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찰음식을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기쁩니다.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게 20대 후반이니까 늦게 시작한 거죠. 어머니가 전통 음식을 하는 분이라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가 하던 전통 폐백과 이바지 음식부터 시작해서 궁중 음식과 반가 음식, 서양 음식과 동양 음식을 두루 접해봤어요.

현재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글로벌 푸드 트렌드 중 하나가 건강식인데 채식주의(vegetarianism)와 순수 채식주의(veganism)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채식 요리, 특히 순수 채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비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데 발우공양이 그중 하나가 되었어요. 사찰음식의 세계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잘 아는 파리의 한 소믈리에 의하면 한국 사찰음식은 와인과 페어링 하기 좋다고 해요.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동물성 재료가 완전히 배제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가 포함된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일반적인 한식의 경우 파 마늘을 빼고 논할 수가 없어요. 그만큼 우리 입맛에는 익숙하지만 한국 음식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그런 이유에서 부드럽고 순한 사찰음식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는 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와인과 페어링 하기에도 무난하다는 얘기죠. 여기서 제가 말하는 외국은 와인과 함께 하는 식사가 일반적인 서구를 말합니다.

사찰음식은 어디서 배웠어요?

사찰음식 명장인 선재 스님께 배웠어요. 요리를 처음 시작했던 20대 후반에 스님의 잘 알려진 음식을 배우러 찾아갔는데 저에게 해주시는 말씀과 사찰음식에 대한 철학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양념도 다양하지 않았고 음식이 화려하지도 않아서 스님 일을 도와드리다가 더 화려한 음식을 쫓아서 밖으로 나왔죠. 그러다가 2012년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국제 슬로푸드 대회의 한국관에서 셰프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스님께서 행사 참여 차 토리노를 방문하셨어요. 슬로푸드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스님과 다시 연이 닿아 사찰음식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사찰음식을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어떤 심적 변화가 있었나요?

10년 넘게 음식을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들이 있었어요. 요리사란 직업은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때론 사람들의 입맛에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나 예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몸에 좋지 않은 재료들을 쓸 때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늘 회의적이었어요.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을 다시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해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찰음식의 정신이 제가 추구하던 음식 철학과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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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은 어떤 음식인가요?

재료적인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동물성 재료와 오신채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는 음식이에요.

사찰음식은 더하는 음식이 아니라 빼는 음식이에요. 재료에다 뭘 가미해서 맛을 배가시키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들 때 가장 기본적인 양념으로 재료의 맛을 살리는 요리가 사찰음식이에요. 사찰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그런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해요.

사찰음식에서 오신채의 이용을 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신채는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강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흥거는 백합과의 식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식물이에요. 대신 한국에서는 양파를 금하고 있죠.

오신채를 금하는 이유는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트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들 식물을 대신하기 위해 다시마, 들깨, 방아잎, 제피가루, 버섯 등을 사용해요.

사찰음식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편견이 바로 파, 마늘, 부추 등의 재료를 넣지 않은 음식은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김치 담글 때 파 마늘 젓갈 안 넣으면 맛이 없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런 부재료를 넣지 않은 김치도 맛있어요. 순하면서 특유의 시원한 맛을 내죠. 발우공양에서 김치를 드셔보신 분들이 깜짝 놀라요. 일반 김치를 맛본 외국인들은 저희 김치를 맛보고는 너무 강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고요.  김치는 무조건 맵고 맛이 강하다는 편견을 깨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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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재료는 무엇인가요?

사찰음식에서 양념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제한적이에요. 사찰에서 담근 전통장을 쓰는데 여기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포함되고 단맛을 내는 데는 쌀로 만든 조청을 써요. 그 외에는 참기름과 들기름 정도에요. 아주 대중적이지 않은 재료 중에는 제피나 산초가 있는데 스님들이 즐겨 드세요. 제피와 산초는 에너지가 높은 식재료로 백미가 100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현미가 400의 에너지라면 제피나 산초는 4,000의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한국에 고추가 소개되기 전에는 김치에 제피를 첨가하여 알싸한 맛을 내기도 했었어요.

사찰음식 하면 제철 재료를 빼놓을 수가 없죠?

네. 채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요리에 제철 식재료가 들어가요. 발우공양에서는 3개월마다 메뉴를 바꾸고 있어요. 많은 재료를 산사에서 공수하죠. 예를 들어 저희가 쓰는 두부는 통도사에서 받는데  서울까지 KTX를 타고 오고 식당까지는 택배로 받아요. 장아찌는 백양사의 정관 스님한테 받고 발우공양의 핵심 메뉴 중 하나인 간장 차는 선재 스님의 20년 숙성 간장으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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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테이스팅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요.

한정식 코스와 같은 구성은 사찰음식과는 맞지 않아요. 또 그렇다고 단품 메뉴만 제공하면 다양성이 떨어지죠. 그래서 저희는 계절 식재료에 따라 산사의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메뉴를 구성했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이대로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나요?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과 건강에 관심 많은 분들이 주 고객층이에요. 또 옛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많이 오세요. 30%는 외국인 손님이고요. 미리 정보를 공수하여 예약하고 오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아요. 외국에서 친구가 방문하면 이곳으로 오는 한국 분들도 많고요.

발우공양 메뉴 중에서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있다면?

7가지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 ‘희식’ 코스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이 메뉴는 좀 독특해서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도 돈 내고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메뉴에요. 일반 한정식의 경우 구절판, 신선로 등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희식 코스의 경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사찰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재료들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메뉴거든요. 드셔보시고 깜짝 놀라는 손님들도 있어요. 상견례 자리인데 예상치 못 했던 요리의 등장에 처음에는 당황하는 분들도 계세요. 예를 들어 ‘술적심’이라고 하는 스타터 메뉴에는 20년 숙성 간장으로 만든 간장 차가 나가는데 일반적인 죽 정도의 전채요리를 예상하고 오신 분들은 ‘이게 뭔가’ 하세요. 전형적이지 않은 요리들이에요. 다른 코스 메뉴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희식은 요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사찰음식을 배우고 싶은 요리사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사찰음식을 배우려면 마음을 비워야 해요. 너무 많은 요소들을 찾으려고 하면 안 돼요. 저는 한식, 양식, 동양식 두루 다 경험해보고 왔기 때문에 사찰음식의 진정한 멋을 알게 되었는데 어릴 땐 내 집이 가장 좋은 걸 잘 모르잖아요.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다양한 요리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예요. 그 후에 사찰음식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것도 늦지 않아요. 왜냐하면 사찰음식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거든요. 일단 생선이나 고기를 다루지 않죠. 물론 채소를 잘 다루는 일도 힘들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다른 요리보다는 기술적으로 덜 정교한 게 맞아요. 다만 사찰음식에는 고유한 정신이 담겨있는데 그걸 이해해야만 진정한 사찰음식을 구현할 수 있고 더 흥미를 느끼면서 요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