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클래식 프렌치 ‘다이닝 인 스페이스’ – 노진성 셰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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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원서동의 복합 문화 공간 ‘아라리오 뮤지엄’의  최상층에 위치한 다이닝 인 스페이스 (Dining in Space). 삼면이 통유리로 둘러싸인 레스토랑의 모던한 인테리어는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창덕궁의 고풍스러운 멋과 대비되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노진성 셰프는 26석의 아담한 공간에서 당일 공수하는 가장 신선한 재료만을 이용하여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모던 프렌치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 한 개를 받은 노진성 셰프와의 인터뷰.

미쉐린 스타 시상식 때 수상자들 중 가장 먼저 호명됐었어요. 기분이 어땠어요?

적응이 안 됐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상을 받는다는 게 낯설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어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 출간 첫해에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되는 별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계기로 프렌치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음식이 프렌치라고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오래전 라미띠에의 서승호 셰프님 관련 기사를 본적이 있어요. 기사 내용 중에 적은 손님을 프로페셔널하게 케어한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 마인드가 와 닿았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레스토랑에 연락을 했고 알고 보니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던 거죠.

프렌치 요리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나요?

예민하고 꼼꼼하고… (웃음) 저의 성격과 잘 맞는 요리인 것 같아요.

완벽주의자라는 별명이 있던데…

어떻게 완벽할 수가 있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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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띠에에서 말단으로 시작했던 게 2003년이죠. 프랑스 연수는 언제 갔어요?

2008년에서 2010년까지 있었어요. 투르(Tours)라는 도시의 미쉐린 1 스타 레스토랑에서 견습생으로 시작했어요. 다소 무겁고 클래식한 전통 프렌치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이었는데 파인 다이닝의 기준이 되는 클래식 프렌치 요리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던 곳이었어요. 그다음에 있었던 곳은 ‘르 를레 루이 트레즈(Le Relais Louis XIII)’라는 미쉐린 2 스타 레스토랑이었는데  여전히 클래식 하지만 전 레스토랑보다는 한 차원 높은 요리를 제공하는 곳이었죠. 클래식 프렌치의 맛이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어요. ‘파빌리옹 르드와양 (Pavillion Ledoyen)’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으로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모던 프렌치를 하는 레스토랑이었어요. 알레노 셰프의 생각과 색깔이 잘 표현된 요리가 인상적이었죠. 마지막으로  3스타 ‘라르페주(L’Arpege)’에서는 오래 있지는 않았었지만 이곳에서 가장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심플한 조합으로 요리를 만드는데 그 조합과 발상 자체가 굉장히 참신한 곳이었어요. 재료 맛의 강약 조절에서부터 플레이팅까지 공식화된 프렌치에서 벗어나는 음식을 하는 곳이에요.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낸 곳이라고 할까요?

본인은 현재 어떤 스타일의 다이닝을 추구하고 있나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찾아가고 있어요. 클래식 프렌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좋은 제철 식재료를 새로운 새로운 생각과 테크닉으로 접근해 요리로 표현하고 있어요. 한 예로 채소의 맛을 최대한 농축하기 위해 데치지 않고 구워서 사용하고 있죠. 퀴송도 전통적인 방식인 고온이 아니라 저온에서 익혀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에요. 대신 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사람들이 따라주나 곁눈질은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는게 뭔지 잘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셰프로서 저만의 색깔을 찾아가는게 중요해요. 제가 만족하는 요리를 내면 사람들이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제 요리에 만족하려면 제 스스로가 많이 경험해 봐야하고 자신감도 있어야 해요. 생각해보면 제가 만족했던 요리들은 늘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손님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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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재료를 꼽아보자면?

채소와 해산물 같은 주재료는 산지에서 직접 받는데 펜넬, 당근, 리크, 주키니 등의 채소를 좋아해요. 지역별 토질의 특성이나 재배 시기에 따라 같은 채소라도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먹어보고 맛이 좋으면 활용해요. 콜리플라워는 지금이 좋을 때에요.

재료의 품질이 정말 중요해요. 우리가 중요시하는 만큼 그걸 아주아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우리가 까다로운 손님이죠. 양송이 같은 경우 주문을 할 때 오늘 오후에 손질해서 내일 오전에 보내달라고 요청해요. 미리 박스에 담아두면 눌리기도 하고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요청을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메뉴는 얼마나 자주 바꾸죠?

A라는 사람이 먹은 코스가 있어요. 그 사람이 재방문 할 경우 메뉴의 일부를 다른 요리로 교체해요. 그렇게 해서 또 다른 메뉴 B 가 탄생해요. 음식 알러지가 있는 손님을 위한 메뉴도 따로 준비하고요. 그런 식으로 기본 메뉴를 기반으로 변형된 메뉴들을 만들어요.

그렇다면 방문하는 모든 손님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관리한다는 얘기일텐데요.

네. 몇 월 며칠. 이름. 메뉴. 그걸 보고 메뉴를 짜요. 메뉴가 변화 없이 계속 같으면 손님으로서는 계속 올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알아서 바꿔줘요. 그런데 사람들은 저희가 맨날 똑같은 요리만 하는 줄 알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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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굳이 하나만 꼽아보라면 밸런스에요. 요리 하나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잘 어울려서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게 이상적이지만 적어도 부딪히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요소들만 선별해서 골라내요. 조합이 너무 진부해도 안되고요.

메뉴 구상 작업은 작업은 어떻게 해요?

앉아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려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적이면서 스케치를 하는데 그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요. 그런 후에 열 개 중 한 개 정도를 시연해봐요. 그리고 맛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죠.

쉬는 날 먹고 싶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간단하지만 맛있는 두부 요리요. 얼큰한 순두부도 좋고  맑은 순두부도 좋아해요.

지금까지 먹어봤던 음식 중 가장 충격적인 음식은 무엇이었나요? 물론 좋은 의미에서요.

제가 일했었던 ‘르 를레 루이 트레즈’에서 먹었던 히드보(Ris de veau)요. 먹어보는 순간 느꼈죠. ‘아, 이게 바로 히드보의 진정한 맛이구나.’ 한국에서는 냉동 히드보 밖에 구할 수 없는데 풍미와 식감, 익힘의 정도가 완전히 달랐어요. 냉동회를 먹는 것과 선어를 숙성시켜 먹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가장 존경하는 셰프는?

프랑스에서는 미셸 브라(Michel Bras). 그리고 일본에서는 슈조 기시다(Shuzo Kishida)를 가장 존경해요.

실제로 미셸 브라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요?

주방을 이끄는데 힘든 점은 무엇인지, 요리를 하는데 있어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어떤 조합을 중요시하는지. 그리고 주방의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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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어디서 얻어요?

잡지나 인터넷을 보기도 하고 길 가다 문득 생각나기도 해요. 재료의 맛에서 주로 영감을 얻어요. 재료 자체가 좋으면 요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져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가 되려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가요?

중요해요. 제가 경험해보고 먹어본 거에 비춰봤을 때 저는 별 1개, 2개, 3개가 그 사람의 생각하는 철학의 깊이를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요리란 게 별 1개, 2개, 3개로  딱딱 떨어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그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별 3개는 예술가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참신한 생각으로 그 시대의 요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죠. 요리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생각을 간파하거나 거기에서 영감을 얻으려면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모방도 해가면서 자기 색깔을 찾아야 해요.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실제로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 자기 색을 찾죠. 모던이나 퓨전 다이닝부터 시작하면 생명이 짧아져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프렌치를 오래 할 생각이면 프랑스로 유학 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본토의 클래식 요리를 경험해본 뒤에 시대적인 유행을 접목시킨다면 더 안정적인 요리가 나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