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 ‘제로 콤플렉스’의 이충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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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셰프 지망생이 있었다. 군대 전역 후 그는 ‘양식 요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파리로 떠났다. 정통 프렌치를 접해본 적도, 프렌치 요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먹었던 돈가스와 햄버그스테이크가 그가 알던 양식의 전부였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즐겼다.

손만 뻗으면 세상 모든 정보가 내 것이 되는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절도 아니었다. 단지, 어디에선가 보았던 분자 요리에 매료되어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목적지는 무조건 프랑스였다. 어린 이충후에게 모든 서양 음식의 본고장은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해서 접해본 정통 프렌치는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놀라웠다. 그의 첫 시장 방문은  한마디로 문화 충격이었다. 낯선 재료도 신기했지만, 재료의 다양성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셰프 지망생으로서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는 친구들의 질문에 “나는 이충후”라고 대답해서 큰 웃음을 사던 시절이었다.

그는 온몸으로 부딪혔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꽤 제한적이라 매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귀가 뜨이더라고요.” 코르동 블루에서 조교를 하게 되었는데 언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교수님 옆에 붙어서 일을 하면서 참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의 첫 직장은 당시 미쉐린 2스타였던 Restaurant Michel Rostang이었다. 정통 프렌치를 전문으로 하는 주방에서 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클래식 프렌치보다는 좀 덜 격식 있으면서 모던한 프렌치 장르에 마음이 갔다. 결국 그는 교수 추천으로 정말 일하고 싶었던 이냐키 애즈피타르트(Inaki Aizpitarte)의 ‘르 샤토브리앙(Le Chateaubriand)’에서 3개월 간 인턴십을 하게 되었고, 이후 애즈피타르타 의 새로운 레스토랑인 ‘르 도팡 (Le Dauphin)’의 오픈 멤버로 합류했다.

프랑스에서 6년이라는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연 곳이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이노베이티브 네오 비스트로 제로 콤플렉스다. 레스토랑보다는 과학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초 미니멀하고 모던한 공간에서 그는 직접 엄선한 최고의 식자재를 이용하여 요리를 만들어낸다.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사물과 그에 대한 감상이 영감이 된다는 그는 수많은 생각과 느낌과 맛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요리로 재해석 해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의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로 선정된 이충후 셰프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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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서울 에디션에서 스타를 받았어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너무 좋았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하는 음식이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고, 시기적으로도 좀 빠르다는 느낌을 받아왔거든요. 파리나 타 유럽 국가, 북미 등지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스타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음식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낯설어 했어요. 저도 프렌치를 처음 접했을 때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생소한 허브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 등을 처음 접했을 때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그런 요리를 한국에 선보이는 것 자체에서 굉장한 어려움을 느껴요. 그런데 그 어려운 와중에 힘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한편으로는 부담도 많이 느꼈어요. 훌륭한 셰프들 틈에 저 같은 어린 사람이 끼어도 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어요. 정통 프렌치를 접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었나요?

한마디로 문화 충격이었어요. 그때 받은 문화 충격을 요리로 재해석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요. 고등어와 비트, 장미와 라즈베리가 들어간 요리였어요.

제가 진주에서 먹고 자란 고등어 요리는 늘 진한 빨간색 양념에 무가 들어간 조림이라던지 구이 정도였는데 고등어에 비트와 라즈베리의 조합이라니 충격 그 자체였어요. 그런데 그만큼 달랐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파리에서는 시장에서 구한 식재료만으로도 집에서 파인 다이닝 요리를 할 수가 있을 정도에요. 한국과는 차이가 정말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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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콤플렉스란 이름이 궁금해요.

이 공간은 큰누나가 구상을 해줬어요. 누나가 아트 디렉팅을 전공했는데 제가 하려고 하는 요리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를 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콘셉트가 나온 거예요. 큰누나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0인데 원래는 14개의 0이 저희 레스토랑 간판이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부르기에는 불편한 이름일 것 같더라고요. 뭘로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영국인 매형이 완성된 공간을 보고는 ‘제로 콤플렉스’로 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0의 집합이라는 뜻도 되고 아무런 디자인이 없다는 의미도 돼요. 손님들에게 열려있는 해석을 맡겨요.

독특한 공간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오픈 당시에 이 공간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일단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소재 자체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장고나 차갑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일반적으로 프렌치 레스토랑 하면 따뜻한 분위기의 원목 인테리어가 생각나는데, 이 공간이 딱 봤을 때 따뜻한 분위기도 아니고, 제가 만드는 음식 자체도 서울에서 먹어봤던 기존의 프렌치 요리와는 너무 달랐던 거예요. 푸아그라나 수프를 기대하고 왔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래서 이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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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픈했을 어떤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초창기에는 제 감정이나 기분을 재해석한 요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프랑스에서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6년을 보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기분, 느낌을 많이 표현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그 당시의 요리가 더 과감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에서 자라면서 먹었던 음식의 맛에 대한 기억을 프렌치 테크닉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김치찌개를 먹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프렌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강도의 산도로 소스를 세게 풀어낸다던지 프렌치이지만 한국인이 먹었을 때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재미있는 맛을 연구하고 있어요.

현재 불고 있는 네오 비스트로 붐을 살펴보면 클래식 트레이닝을 받은 셰프들이 격식 있고 편안한 공간에서 좋은 재료로 창의적인 요리들을 제공하고 있잖아요. 제로 콤플렉스를 오픈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도 네오 비스트로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있었나요?

맞아요. 제가 만들고 있는 요리들은 프랑스에서 경험했던 음식을 재해석한 거거든요. 제가 경험했던 것들 중 장점들만 뽑아서 소개하려고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요리를 하자는 취지가 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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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할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식재료요. 재료에 욕심이 많아 남들보다 좀 더 다른 걸 쓰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협업하는 생산자가 따로 있어요. 미국에서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랑 협업하던 농부인데 그분이 한국에 들어오셔서 지금 저와 함께 일을 하고 계세요. 농장이 여주에 있는데 월요일마다 직접 방문을 해요.

시장에서 재료 맛을 봤을 때 “이 당근 맛이 왜 이래요?”라고 물으면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데 함께 협업하는 농부가 있으면 언제든지 소통을 할 수가 있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맛을 찾아갈 수 있어요. 농장에 가는 것도 요리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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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질문이겠지만 식재료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맛있는 당근이 있으면 그것 자체로 맛있는 음식이 돼요. 일부 손님들께서 저를 보고 “이 친구 음식을 참 재미있게 해석한다”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저는 딴 거 없어요. 최고의 재료로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 것뿐이에요. 집 냉장고 안에 있는 일상적인 재료로 요리를 잘 하는 사람도 훌륭한 요리사에요. 그런데, 제 기준에서 좋은 요리사는 남들보다 좀 더 재미있는 요소를 찾아보고 남들보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이용해야 해요. 제 생각은 그런데 어떤 게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프랑스 손님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굉장히 좋아하세요. 클래식 프렌치 요리는 프랑스인들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조금은 다른, 위트가 가미된, 조금 색다른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은 집에서 따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저희 레스토랑을 방문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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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제 별명이 인간 상어인데 안 먹는 음식이 없어요. 다 먹어치워요. 그래서 재미있는 영감을 자주 받기도 하고요.

지금 저희가 내고 있는 엔다이브와 카라멜 무스 조합도 우연한 기회에 탄생한 거예요. 주방에 엔다이브가 있었고, 디저트로 이용할 캐러멜이 있었는데 엔다이브를 한 입 먹고 난 다음에 캐러멜을 먹었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기억을 끄집어 내서 창조하는 작업을 많이 해요. 얼마 전에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제가 선호했던 김치찌개는 기름기가 많지 않은 담백한 스타일이었어요. 그날은 찌개에 기름이 둥둥 떠있어서 보기에도 굉장히 느끼해 보였는데 먹어보니까 전혀 느끼하지 않았어요. 부이용이나 소스를 만들 때도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특정 비율의 지방을 섞어 쓰면 이런 느낌을 낼 수 있겠구나 하는 감이 오죠.

인간 상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떡국이오. 지방에 계시는 어머니가 자식이 오랜만에 왔다고 밥을 해주셨는데 해산물도 들어가고 소고기도 들어가고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간 떡국을 만드셨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그런 음식이에요. 만든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음식. 그래서 요리하는 저에게는 기억이라는 게 너무 좋고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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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인이 만드는 음식 중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웃음) 서양 허브 맛에 거부감을 느끼세요. 화장품 향이 난대요.

그런데 혀도 학습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그 경험을 기억하게 되고 익숙해지게 돼죠. 어머니는 그 학습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지금이 바로 그 학습 과정인 거죠.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하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요리가 있나요?

모든 셰프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늘 발전하려고 하고 있고 변화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제일 좋은 재료로 더 심플한 요리를 만들어 최상의 맛을 끌어올려 보는 게 제 개인적인 욕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