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계의 떠오르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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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최근 와인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단어다. 오가닉 와인과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에 대해서는 언뜻 들어본 와인 애호가 중에서도 이 세 가지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연에서 수확한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게 와인인데 내추럴 하지 않은 와인도 있냐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프랑스 같은 경우 내추럴 와인이 “뜨기” 시작했던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새롭고 개성 있는 소비를 중요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내추럴 와인에 담긴 자연주의 철학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추럴 와인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사실 내추럴 와인의 최대 산지인 프랑스에서 자연주의 와인 무브먼트가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일본인들은 내추럴 와인을 찾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처음부터 대중적으로 각광받았던 것은 아니다. 일본의 식문화와 유사한 코드를 공유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소비자들은 내추럴 와인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렇듯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은 일본과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런던과 미국까지 퍼져나갔고, 지금도 전 세계 와인 시장의 1%를 차지할까 말까 하는 틈새시장이지만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내추럴 와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최근 3년 사이, 와인 문화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 여전히 대중적이지는 않은 한국에서도 내추럴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1987년, 수입 와인시장의 개방으로 시작한 한국 와인 업계의 역사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급호텔을 위주로 3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의 직장인 남성들에 의해 제한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던 90년대의 와인 소비 추세와는 달리 이제는 와인이 하나의 식문화 패턴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여성 사회활동 참여의 증가와 와인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와인 시장에서 제외되었던 20대와 30대의 젊은 직장인들이 새로운 소비자 계층으로 떠올랐다.

와인 전문 바와 레스토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과 도수가 낮은 알코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와인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비넥스포(VINEXPO)와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의 2016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물량을 기준으로 2019년 한국의 와인 소비량은 2015년보다 16.2%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같은 기간 전세계 와인 소비량 증가율 전망치인 1.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트렌드가 실시간으로 유입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월한 정보력과 취향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셰프와 소믈리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주로 “먹혔던” 보르도나 샴페인의 공식에서 벗어나 점점 더 새롭고 다양화 된 와인 리스팅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몇 년간 일본, 유럽, 미국 등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온 내추럴 와인이 한국 시장에서는 어떻게 자리 잡을까? 내추럴 와인은 무엇이며 최근 들어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추럴 와인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두 명의 와인 전문가를 만났다. 지난 2월, 한국 최초의 내추럴 와인 행사인 ‘살롱 오’를 주최한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Vinofeel) 최영선 대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130 여 종의 내추럴 와인을 한국에 소개해왔다. 서래마을의 프렌치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제로 컴플렉스 소믈리에 클레멍 토마쌍 역시 내추럴 와인 애호가로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내추럴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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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와인을 ‘내추럴 와인’이라고 부르나요?

최: 간단히 설명하자면 양조 과정에서 포도즙에 그 무엇도 첨가하지 않고 그 무엇도 제거하지 않은 채 포도 자체가 갖고 있는 효모균으로만 발효시킨 와인을 내추럴 와인이라고 합니다. 이산화황을 포함한 그 어떤 기타 첨가물도 넣지 않고 필터링이나 파이닝 작업도 하지 않은 와인이죠. 내추럴 와인의 또 다른 키포인트는 유기농 포도 재배입니다. 화학 비료, 농약,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오가닉 혹은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만이 내추럴 와인이라고 불릴 수 있어요.

오가닉 와인과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은 내추럴 와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에는 이산화황을 포함한 소량의 첨가물이 소량의 기준치에 한해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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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ofeel 최영선 대표

어떤 계기로 내추럴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요?

: 저는 원래 금융업 종사자였어요. 서울대 불문학과 89학번인데 학창시절부터 경영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희한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 교수님께서 파리에서 들고 오신 Chablis 89년 산으로 제 와인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거예요. 당시 한국에는 와인 인구가 거의 없었거든요. 국제금융 일을 하면서 뉴욕에 잠깐 있었는데, 거기서 와인에 더욱 눈을 뜨게 되었죠. 귀국해서 친구가 설립한 M&A 회사를 같이 경영하면서부터 완전히 와인에 몰입하게 되었고 급기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14년 초의 어느 날 무작정 보르도로 건너 왔습니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몽땅 쏟아부어 여행하고, 와인을 마시고 와인 공부를 했어요. 남미부터 동유럽까지 와인이 있는 곳은 거의 다 가 본 것 같아요.

2008년 2월, ESC de Dijon에서 와인 석사를 받고 곧바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지금의 Vinofeel 와인 에이전시를 시작했어요. 초창기에는 유명한 와인, 점수 좋은 와인, 즉 스토리가 되는 와인을 위주로 사업을 하다가 2014년부터 내추럴 와인을 한국에 소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 이유는 결국 제 입에 맛있고 정말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와인들은 대부분 내추럴이거나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양조한 와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사랑하는 와인들을 한국에 소개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드디어 올 2월에 한국 최초로 내추럴 와인 전문 행사인 Salon O를 열었습니다.

토마쌍: 저는 알자스 지방 출신의 소믈리에입니다. 십 년 넘게 소믈리에로 활동해왔고요. 레스토랑에서도 일을 했었지만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와인숍 겸 와인 바를 공동 운영했었어요. 내추럴 와인만 판매하는 곳이었죠.

소믈리에로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내추럴 와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고요. 유기농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내추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죠.

그러다가 2009년에 최초로 내추럴 와인 맛을 보게 되었어요. 어느 날 손님이 내추럴 와인 한 병을 들고 와서 시음해보라고 하더군요. 그 맛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한 와인 마셔봤다고 자부하던 저였는데 그런 와인은 처음이었거든요. 과실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풍부한 강렬한 와인이었는데 뭔가 야생적이고 짐승 같은 매력을 품고 있었어요.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 나는데도 그 조화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요.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이었는데 술술 잘 넘어가더라고요. 그런 밸런스는 제 와인 인생에서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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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멍 토마쌍(Clément Thomassin) / 제로 컴플렉스 소믈리에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내추럴 와인’은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마셔왔어요. 그런데 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걸까요?

: 전 세계가 ‘친환경’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고 있는 걸 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 올바른 먹거리라는 코드에 점점 집중하고 있는 현대의 소비자들이 와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는 거죠. 와인이 맛있는 데다가 최소한의 개입으로 양조된 무첨가물 와인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겠죠.

프랑스에서 내추럴 와인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970년대에 Jules Chauvet가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와인 양조에 대해 설파하기 시작했지만, 프랑스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던 것은 90년대였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의 일입니다. 게다가 최근 2-3년 사이에는 내추럴 와인의 소비가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죠. 파리에는 소규모의 내추럴 와인 살롱들이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고, 유명 가스트로노믹 레스토랑들도 앞 다퉈 내추럴 와인을 리스팅하고 있는 추세에요. 파리에서는 지금 내추럴 와인의 소비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웃인 런던이나 뉴욕은 파리에 비해서는 그 움직임이 많이 늦어진 편인데, 역시 최근 2-3년 사이에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요. 한국 같은 경우 3년 전, 제가 내추럴 와인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한 이후로 차근차근 성장해가고 있고요.

토마쌍: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은 유기농 건강식품, 정직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점점 더 많은 셰프들이 재료 선정에 신중을 가하고 있고 투명한 원산지 표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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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잡초가 우거진 유기농 포도밭

지금으로서는 내추럴 와인의 법적 정의나 인증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내추럴 와인에 대한 말이 많아지기도 하는데요. 어떤 입장인가요?

: 저는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싶어요. 인증기관이 제품의 유효성을 확인해 주는 시스템은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이루어질 때 효과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현재 내추럴 와인은 여전히 극소수의 와인메이커들이 소량 생산하는 형태이고(대량생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를 즐기는 이들 또한 매우 한정적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인증서를 논할 단계는 아닌 듯하고, 신뢰할 만한 수입사나 와인숍, 혹은 소믈리에가 권하는 내추럴 와인을 선택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인증체계에 대한 움직임이 있어요. 조금 더 지켜봐야겠죠. 방법론보다는 와인 메이커의 철학을 중요시하는 게 내추럴 와인 양조라서.

토마쌍: 인증체계가 없는 현재로서는 믿고 마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맛있는 내추럴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정보도 실시간으로 검색해볼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소비자들을 속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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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포도밭

내추럴 와인 비판론자들은 종종 내추럴 와인이 결함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유감스럽게도 파리의 내추럴 와인 시장이 자리를 잡는데 20년이 걸린 이유가 바로 일부 와인 전문가와 소믈리에들 때문이었어요. 그들이 배운 와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추럴 와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죠. 포도를 수확해서 이산화황을 잔뜩 뿌려 유해한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으로 보다 간편하게 양조를 시작하고, 제초제나 살충제를 친 포도밭에서 나오는 포도는 당연히 효모가 부족하겠고, 따라서 인공 배양 효모를 사용해야 발효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배운 이들에게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와인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니까요. 현재 내추럴 와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컨벤셔널(일반) 와인의 권위자들입니다.

물론 결함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모든 내추럴 와이너리들이 완벽하지는 않으니까요. 모든 내추럴 와인이 완벽할 수도 없고요. 다만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재배한 포도에 그 어떤 안정제를 넣지 않고 만든 완벽하게 살아있는 멋진 내추럴 와인을 찾아 마셔보는 기쁨. 그 기쁨이 몇 배가 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결함이 있는 내추럴 와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해보면 제대로 만들어진 내추럴 와인에 대한 저명한 와인저널리스트의 글은 잘 안 보이죠?

토마쌍: 매년 훌륭한 빈티지를 수확할 수 있고, 그 빈티지로 결함 없는 맛 좋은 와인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와인 양조는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일반 와인도 그렇듯이 내추럴 와인도 맛있는 와인이 있고 품질이 떨어지는 맛없는 와인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결함이 있는 내추럴 와인들도 물론 있죠. 하지만 저는 그 리스크를 안고 가려고 해요. 맛이 비록 떨어지더라도 자연이 빚어낸 살아 숨 쉬는 정직한 와인이 저에게는 더 매력적입니다. 깨끗하고 일정한 맛을 내지만 이미 죽은 와인은 재미가 없거든요. 정말 잘 만들어진 내추럴 와인은 그 어떤 화려한 일반 와인보다도 살아있는 맛을 선사해요.

최영선 대표님, 올 2월에 개최한 ‘살롱 오’ 내추럴 와인 행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O)’는 ‘영(zero)을 의미하는 동시에 불어로 ‘물(eau)’과 발음이 같습니다. Zero는 첨가물이 없다는 뜻이고 물은 깨끗함을 상징하죠. 3년 전부터 한국에 내추럴 와인 수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언젠가는 이런 행사를 꼭 해 봐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올해가 그 첫 행사였고 앞으로 매 해 개최할 예정입니다. 첫 행사에는 제가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50여 개 와이너리의 130여 개 와인을 소개 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내추럴 와인메이커 다섯 명이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죠.

행사를 준비하면서 방문객이 별로 없지 않을까 불안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특히 셰프 분들의 방문이 많았던 점이 제게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그들의 요구에 맞춘 내추럴 와인을 찾으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죠. 셰프가 움직이면 당연히 소믈리에도 움직이고 결국엔  소비자가 움직입니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에요.

내년 행사에는 더 많은 와인들을 소개할 예정이고 올해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길 조심스레 희망해봅니다. 정식 살롱 오 행사 외에도 1년에 한두 차례 소규모의 캐주얼 스타일로 내추럴 와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첫 오프 행사는 다가오는 여름이 될 것 같아요.

토마쌍씨, 제로 컴플렉스의 와인 메뉴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저희는 80종류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전부 내추럴 와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사이에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의 종류가 다양해져서 소믈리에로서는 참 기쁩니다. 심지어 작년과 비교해봤을 때도 그 종류가 훨씬 다양해졌거든요. 내추럴 와인 역시 일반 와인 리스팅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 맛, 스타일, 와인 메이커의 철학에 따라 선정하여 리스팅 하고 있어요. 물론, 맛이 가장 중요하고 이충후 셰프의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에 제로 컴플렉스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내추럴 와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내추럴 와인의 ‘자연주의’ 철학에 대해 더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굳이 매번 내추럴 와인이라고 설명하지는 않아요. 저는 소믈리에이고 내추럴 와인도 결국 와인이기 때문이죠. 다만 앞으로도 와인의 가격을 최대한 낮춰 더욱더 많은 손님들이 와인을 즐기시는 걸 보고 싶어요. 저의 목표는 모든 테이블에 와인이 놓여있는 걸 보는 거예요. 다행히 작년에 비해 저희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기시는 손님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손님들에게 권하는 음식과 와인 페어링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이충후 셰프가 만드는 음식 중에 삼치를 이용한 요리가 있어요. 표면을 캔디화 시켜 달달한 삼치와 마른 장미 꽃잎, 딸기, 펜넬  씨, 꿀 식초 등을 곁들인 요리인데 재료의 조합이 굉장히 특이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런 맛이에요. 이 삼치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결국찾았어요. 제 고향 알자스 지방을 대표하는 게뷔르츠트라미너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잔류당으로 인해 살짝 단맛이 돌아요. 라이치와 패션 푸르트 등의 열대과일 향과 장미꽃 향이 나는 풍미가 뛰어난 와인이에요.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포도로 만든 일반 와인은 이 와인처럼 기분 좋은 산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더 묵직하죠. 내추럴 와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산도가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와인 본연의 단맛이랑 뛰어난 조화를 이루어 저희 삼치 요리와 잘 어울리죠. 대부분의 손님들이 처음 접해보는 와인인데 굉장히 좋아하세요.

또한 이충후 셰프의 갑오징어 요리에는 갑오징어 먹물이 거의 대부분 들어가는데 그 맛과 향이 와인과 페어링 하기 쉽지 않아요. 갑오징어 자체는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지만 요리에 먹물이 첨가되면 오히려 산도가 높은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번 시즌 메뉴에는 갑오징어 튀김에 먹물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여 낸 요리가 있어요. 좀 묵직한 맛이에요. 그래서 쥐라 지방의 뿔사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권해드리고 있어요. 역시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품종인데 가벼우면서도 상쾌하고 풍부한 과실맛이 매력적인 와인이에요.

저는 손님들이 접해보지 않은 와인을 권해드리는 편이에요. 동네 와인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와인을 추천해드리기는 싫어요. 손님 입장에서도 식상할 것 같고요. 집에서 늘 먹는 음식을 레스토랑에서 주문하지는 않잖아요. 새로 접해보는 와인을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손님들도 이제는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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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제초제를 뿌린 포도밭의 뿌리, 오른쪽: 유기농 포도밭의 포도나무 뿌리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지나가는 트렌드일까요 아니면 건강한 식문화의 연장선으로 자리 잡을까요?

: 내추럴 와인의 미래는 꽤 밝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이 세계에 발을 들이면 되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와인 메이커들의 경우, 일반 와인에서 내추럴 와인으로 전향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거꾸로 전향하는 경우는 들어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거든요.

소비자들의 경우는 이보다는 좀 덜 단순하긴 해요. 철저하게 내추럴만 마시는 분들은 이산화황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내추럴 와인을 위주로 하되 조미료를 덜 친 맛있는 오가닉 혹은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까지는 허용해서 마시기도 하죠. 아니면 저처럼 맛있는 와인이라면 다 마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제 입맛에 맛있고 정말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와인들은 대부분 내추럴이거나 최소한의 개입만을 한 와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아주 값비싼 고급 와인들은 대부분 첨가물을 많이 넣지 않고 만들어요. 그런 와이너리들은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는 건강하고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재력이 되니까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저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소비자가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와인들이 내추럴 와인이기를 희망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소비되는 와인이 첨가물이 많은, 농약을 잔뜩 친 포도를 원료로 만든 것이라면 좀 슬프겠죠. 식탁에 올라오는 갖가지 신선한 유기농 재료들과 같은 철학을 공유한 내추럴 와인 – 어울리지 않을까요?

토마쌍: 저는 2009년부터 내추럴 와인을 즐겨왔는데 일반 와인으로 전향하지 못할 것 같아요. 내추럴 와인의 맛과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이 포도밭에서 어떤 철학으로 어떻게 일하는지 이해를 하게 되면 일반 와인으로 되돌아가기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내추럴 와인이 하나의 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제가 경험해 본 결과 한국인들은 프랑스인들에 비해 내추럴 와인에 대한 편견이 덜 한 것 같아요.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와인을 마신 역사가 프랑스인들 보다 월등히 짧긴 해서인 것도 있지만요. 그 이유가 뭐가 됐든 내추럴 와인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그런 현상은 소믈리에인 저로서는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