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쉐린 6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 ‘소스는 프렌치 퀴진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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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닉 알레노(Yannick Alléno).  파인 다이닝 좀 해봤다고 자부하는 식도락가에게도 자칫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는 현존하는 프렌치 셰프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이다. 2월에 발표된 2017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편에서 그가 총괄하는 ‘르 1947(Le 1947)’이 미쉐린 3스타를 받음으로써 2015년부터 3스타를 유지해온  ‘알레노 파리 오 파빌리옹 르드와양(Alléno Paris au Pavillon Ledoyen)’과 함께 통합 6개의 미쉐린 스타를 거머쥐며 프랑스 내에서도 유일하게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을 두 개씩이나 보유한 셰프로 등극했다.

2008년과 2015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 ‘고 에 미요(Gault & Millau)’로부터 두 차례나 ‘올해의 셰프’로 선정되기도 했었던 알레노는 파인 다이닝 외에도 일드프랑스(Île-de-France/프랑스 중북부 파리 분지 중앙부의 지방)의 지역 식재료만을 선보이는 ‘비스트로 테루아르 파리지앙(Bistrot Terroir Parisien)’을 비롯하여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다양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3일 공식 오픈한 시그니엘서울 호텔 81층에 위치한 ‘스테이(STAY)’는 야닉 알레노 그룹의 모던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 브랜드로 타이베이, 두바이, 파리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곳이다. 76층에서 101까지 총 235개의 객실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6성급 호텔 시그니엘 서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럭셔리 호텔로 셰프 알레노가 호텔 내 모든 식음료를 총괄 디렉팅 하고 있다.

‘Simple Table Alléno Yannick’의 줄임말인 ‘스테이(STAY)’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음식의 재료와 맛, 그리고 서비스는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되 가격만큼은 합리적으로 낮춰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레스토랑 이름이 ‘심플 테이블’을 의미하는 만큼 요리 자체는 격식 있는 파인 다이닝보다는 조금 포멀한 비스트로 스타일에 가깝다.

현재 조식, 런치와 디너를 제공하고 있는 ‘스테이’는 곧 브런치 뷔페도 선보일 예정이다. 런치의 경우 네 종류의 코스 요리, 디너는 세 종류의 코스 요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요리는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소스의 신’이라 불리는 알레노인만큼 다양한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소스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끓여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냉각 추출 방식(cold extraction)으로 만든 소스는 본 재료의 풍미를 놀라울 정도로 보존해준다.

홀의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트리 라이브러리(Pastry Library)’는 ‘스테이’가 주력하는 부분 중 하나로 미리 준비해 놓은 각종 과자와 캔디류를 자유롭게 맛볼 수 있을뿐 아니라, 페이스트리 셰프가 즉석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까지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웨이터가 손님 앞에서 직접 만들어 서빙해주는 ‘그랜드 수프 서비스’와 아니스 리큐어에 불을 붙여 통 파르미자노 렛자노 치즈 휠 안에서 뜨겁게 마무리해주는 파스타 요리 등의 ‘카트 서비스’는 전통 프렌치 다이닝의 묘미로 맛과 재미를 더해준다.

“또 오고 싶다”라는 손님의 말을 최고의 찬사로 생각한다는 야닉 알레노 셰프.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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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닉 알레노

 ‘스테이 바이 야닉 알레노(STAY by Yannick Alléno)’는 어떤 레스토랑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테이’는 프렌치 다이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렌치 레스토랑은 왠지 어렵고, 비싸고, 식사 한 끼 하기 위해서 너무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저는 ‘스테이’를 통해 그런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젊은 손님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으면 좋겠고, 와서 마음껏 즐기다 갔으면 좋겠어요. 수준 높은 프렌치 요리가 엄청나게 비싸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고요.

총괄은 제가 하고 있지만 스테이의 주방을 이끌고 있는 열정 넘치는 셰프들의 젊은 감성이 요리에 그대로 묻어나리라 믿어요. 프렌치 셰프로서 인정받고 싶지만 새로운 감성의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요.

프렌치 레스토랑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했는데, ‘스테이’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들은 뭐가 있을까요?

손님들에게 친숙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더라도 한 번 먹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특별한 요소를 더하는 게 중요해요. 저희 디저트만 보더라도 ‘스테이’의 펀(fun) 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로바로 만들어 내는 ‘페이스트리 라이브러리’를 통해 맛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카트 서비스’도 마찬가지예요. 손님 앞에서 요리를 만들어 서빙해주는 카트 서비스는 요새는 많이 사라졌지만 눈앞에서 불 쇼가 펼쳐지고 내가 먹을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이잖아요. 손님 입장에서는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그랜드 수프 서비스(grand soup service)’ 같은 메뉴를 넣었죠. 조리 테크닉과 요리에 대한 비전만큼은 진지하지만 먹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여 프렌치 레스토랑은 무조건 딱딱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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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콩과 딸기를 곁들인 샐러드

지역 식재료 이용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어요. 2008년에 오픈한 ‘비스트로 테루아 파리지앙(Bistrot Terroir Parisien)’이 훌륭한 예고요.

저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있어 셰프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지만,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환경보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셰프들이 없었어요. 제가 2008년에 ‘비스트로 테루아 파리지앙’을 열었을 당시에도 지역 농산물이나 식재료를 쓰는 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셰프가 없었죠. 지금은 지역 재료를 고집하는 셰프가 파리에만 160명 정도 있습니다.

‘스테이’가 한국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서로에게 큰 보너스에요. 그래야만 하고요.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산물이 풍부해요. 저희로서는 감사한 일이죠.

프랑스 외에 모로코, 아랍에미리트, 중국, 그리고 최근 한국까지 당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이 여러 나라에서 성업 중이에요. 음식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요?

세계의 음식 문화를 살펴보면 100% 독창적인 음식을 즐기는 곳은 거의 없어요.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의 대부분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했고 다른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형태에 도달했죠. 프랑스도 마찬가지예요. 프렌치 퀴진이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는 이유는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 주변국의 음식 문화로부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요. 저 또한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 레스토랑을 열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돼요. 그런 과정을 통해 제 요리도 진화하는 거겠죠. 제가 발효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음식 문화를 통해서도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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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무스로 속을 채운 양배추, 스프링 드레싱

당신은 규칙을 어기는 셰프로 알려져 있어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한가요?

제 부모님께서는 평생 비스트로를 운영하셨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15살 때부터 클래식 프렌치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요. 정통 프렌치를 마스터하고 나니 새로운 테크닉과 새로운 맛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소스 만들기에 전념했어요.

소스는 프렌치 요리의 생명이에요. 프렌치 요리가 하나의 언어라면 소스는 동사에요. 소스 하나를 놓고 프렌치 요리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논할 수 있을 정도에요. 소스야말로 인류의 진화 과정과 음식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해 주는데 언젠가부터 프렌치 셰프들이 너무 기름지다는 이유로,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소스를 기피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모던 프렌치 퀴진에도 소스가 활용되긴 하지만 저는 지금이야말로 소스를 부활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프렌치 요리를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게 소스거든요.

전통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규칙을 어겨야 발전할 수 있어요. 프랑스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프렌치 퀴진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소스를 변형시켜야 해요.

‘냉각 추출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예로부터 프렌치 셰프들은 모든 재료를 한 냄비에 넣고 오랜 시간 끓여 만든 액체를 졸여 소스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12시간 동안 모든 재료를 다 함께 푹 익히면 재료 본연의 맛과 정체성이 파괴되겠죠. 예를 들어 당근, 완두콩, 셀러리악은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채소들입니다. 조리 시간도 다르고 온도도 다르죠. 셀러리악의 경우 83도에서 12시간, 완두콩은 64도에서 4시간 동안 수비드(Sous-vide)해야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엑기스를 추출할 수 있죠. 추출된 액체는 전통 방식처럼 추가적으로 끓이지 않고 살짝 냉동 시키십니다. 물이 얼어버리고 남은 부분이 바로 채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엑기스에요.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합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블렌딩하여 소스를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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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찐 농어, 오징어로 만든 잎, 그르노블식 퓨레

서울은 얼마나 자주 방문할 예정인가요?

일 년에 적어도 네 번은 방문할 예정이에요. 스테이 외에도 시그니엘서울의 모든 식음료를 총괄하고 있는데 6성급의 최고급 호텔 브랜드에 걸맞은 다양한 럭셔리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죠. ‘스테이’ 옆에 위치한 ‘바 81’에도 요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파노라믹 야경이 끝내주는 스카이바에요.

셰프로서 요리할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단 재료의 품질이 중요해요. 재료가 훌륭하면 그것을 어떻게 조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나오게 되어 있거든요. 재료의 품질만큼 중요한 게 그 재료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셰프들의 솜씨, 그리고 그들과 저와의 팀워크에요. 최근 두 번째 미쉐린 3스타를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저와 함께 일하는 젊은 셰프들의 눈을 바라본 순간에는 뭉클해졌어요. 그들의 눈에서 자부심을 볼 수 있었거든요.

두 번째 3스타를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내 비전이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지금까지 내려온 결정들이 옳았었구나’라는 생각에 큰 위안을 받았죠. 제가 3스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소스 때문이에요.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리스도 저에게 이야기하더군요. 차별화된 소스 때문에 ‘르 1947’이 3스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제 소스에서 새롭고 진화된 맛뿐만 아니라 순수하고 프랑스적인 맛을 발견했다고요. 그게 바로 저의 비전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받은 미쉐린 3스타가 저에게는 더욱더 의미 있었죠.

미쉐린 6스타를 받은 셰프로서 스스로에게 매일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5살 때부터 불과 소통해왔어요. 35년 전과 똑같은 열정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 외에 별다른 동기부여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요리하는 게 정말 좋아요. 제가 매일 하는 일이자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제가 만든 음식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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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사과와 산딸기 소스

셰프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요?

손님들의 웃는 얼굴을 볼 때요. 제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은 ‘다시 방문하겠다’는 손님들의 말 한마디입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쉬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가요?

이탈리아에 별장을 갖고 있는데요, 읍내 시장에 가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시장에서 파는 식재료와 소박한 음식이 좋아요. 이탈리아의 뜨거운 볕 아래서 제가 손수 키운 채소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토마토가 특히 맛있죠.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살찌우는 음식이에요.

젊은 셰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식재료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아야 합니다. 전 세계에 얼마나 수준 높은 음식들이 존재하나 직접 먹어보고 경험해 보아야 해요. 브레이크 타임에 주방 한구석에서 한 끼 대강 때우지 말고 홀로 나가 테이블에 당당하게 앉아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해요. 훌륭한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손님 입장이 되어보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각종 요리 경연 대회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주방과 팀을 찾는 게 중요해요. 요리는 기나긴 수행의 연속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