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날 생선 요리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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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끈하고 물컹물컹한 식감이 싫어요.” “비린내가 나요.” “특별한 맛을 못 느끼겠어요.” 날 생선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싱싱한  해산물을 날로 즐겨 먹는 문화가 있는 반면 중국처럼 화려한 식문화를 자랑하면서도 날 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들도 있다. 날 생선 요리의 공통적인 특징은 조미료나 부재료가 제한적으로 이용된다는 점. 생선의 맛과 향, 식감 등 재료의 본질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즐겨 먹는 날 생선 요리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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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

생선회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생선의 신선도이다. 어패류는 육류보다 신선도가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특히나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활어가 아닌 숙성된 선어를 즐겨 먹는 일본인들의 경우 생선의 신선도와 감칠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케지메’라 불리는 생선 처리 방법을 이용한다. 우선 살아있는 물고기를 즉사시킨다. 그다음 와이어를 물고기의 척수에 관통시켜 중추 신경을 파괴한다. 이는 사후경직을 지연하기 위해서인데, 사후경직이 진행될수록 살의 탄력이 떨어지고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즉사한 물고기의 등이나 심장, 꼬리 쪽에 칼집을 낸 뒤 얼음물에 담가 피를 빼내는 것이다. 비린내를 유발하는 피를 신속하게 빼주는 것이 관건이다.  회는 싱싱한 생선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한 음식이기 때문에 간장, 초고추장, 고추냉이 등 곁들이는 소스도 비교적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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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체 (Ceviche)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인 세비체. 세비체를 만들 때 신선한 생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레체 데 티그레’ 즉 ‘호랑이 젖’이라고 불리는 소스다. 시체도 벌떡 일으킨다는 이 우윳빛 액체는 숙취 해소제에서부터 최음제, 식전 칵테일로까지 쓰일 정도로  페루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마력의 소스다. 레체 데 티그레의 주 재료는 라임 주스, 생선 스톡, 고추, 마늘, 생강, 양파, 그리고 고수. 매년 여름이 되면 리마 남부 해변가에서는 가장 맛있는 레체 데 티그레를 만드는 레스토랑을 뽑는 재미있는 경연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농어, 그루퍼, 혹은 가자미과의 흰 살 생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회처럼 얇게 저민 생선 살을 준비해 둔 양념에 2분간 재웠다가 바로 서빙한다. 너무 오래 재워두면 생선의 감칠맛이 다 빠져 밋밋해진다. 연어나 등 푸른 생선처럼 기름진 생선은 세비체에 잘 이용하지 않는다. 세비체는 페루 외에도 멕시코, 벨리즈, 에콰도르, 콜롬비아, 칠레 등 다양한 중남미 국가에서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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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타르 (Tartare)

소고기를 잘게 다져 소금, 후추, 양파, 케이퍼, 코니숑, 겨자, 생 달걀노른자 등과 날로 버무려 내는 스테이크 타르타르를 응용한 요리다. 1984년, 미국 베벌리 힐스에 위치한 차야 브래서리(Chaya Brasserie)의 일본인 셰프 시게후미 타치베 셰프가 소고기 타르타르를 거부한 손님들을 위해 참치 살을 이용하여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요리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붉은 참치 살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연어 타르타르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소금, 올리브유, 레몬 제스트, 후추 등으로 양념한 생선 살을 아보카도, 구운 토스트 등과 함께 낸다.

Cheng Ho Court review for CNY.

유셩 (魚生)

싱가포르의 화교들이 설에 먹는 일종의 생선회 샐러드. 유셩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버전은 싱가포르의 ‘라이와’ 레스토랑에서 60년대 중반에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셩은 미리 만들어져 나오지 않는다. 잔치에 모인 사람들끼리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준비된 접시에 행운을 상징하는 다양한 재료를 순서대로 담는다. 얇게 포를 뜬 생선회(요즘은 연어가 대세), 라임즙, 참기름, 가늘게 채친 당근, 초록 무와 흰 무, 포멜로, 후추, 땅콩 가루, 참깨, 자두 소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삭하게 튀긴 밀가루 전병을 얹으면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젓가락을 들고 재료를 집어 던져 올리면서 샐러드를 섞는다. 이때 식탁이 엉망이 될까 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높이 던져 올릴수록 새해에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셩은 전채요리이며 설에만 먹는 음식이다.  호커 센터(Hawker Center)라고 불리는 싱가포르의 식당가에서는 유셩을 부드러운 죽과 함께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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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블락스 (Gravlax)

언뜻 보기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훈제연어와 똑같이 생겼지만 그라블락스와 훈제연어는 같은 생선 요리가 아니다. 소금에 염장한 연어를 물에 헹군 뒤 저온에서 훈건한 게 훈제연어라면,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즐겨먹는 그라블락스는 연어를 소금과 설탕,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딜 외에도 주니퍼 베리(노간주나무의 열매), 호스 래디시(서양고추냉이), 그리고 후추 등의 향신료와 아쿠아비트(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전통술) 등에 재운다. 그라블락스를 염장할 때 무거운 것으로 누르는 이유는 생선에서 최대한 많은 수분이 빠져나와야 허브나 향신료의 맛이 잘 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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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케 (Poke)

하와이안들이 즐겨 먹는 일종의  생선회 무침으로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 퓨전 음식이다.  작게 썬 생선 살에 간장과 참기름 양념, 마우이산 양파, 쪽파, 해초 등을 넣어 가볍게 재운 뒤 따뜻한 밥과 함께 혹은 그대로 샐러드처럼 먹는다. 황다랑어살 혹은 문어 숙회를 간장과 참기름 양념에 재운 쇼유 포케가 가장 일반적이며 일본식 마요네즈, 스리라차 소스, 날치알, 후리카케 등을 넣어 만든 스파이시 포케도 인기다. 최근에는 건강한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해 포케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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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파초 (Carpaccio)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올리브유와 식초. 올리브유와 식초를 적당히 섞어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면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기본적인 샐러드드레싱이 되고, 올리브유는 개인 접시에 덜어 소금을 살짝 친 뒤 식전 빵을 찍어 먹기도 한다. 카르파초는 얇게 저민 날 생선을 올리브유와 식초 (보통 와인 식초)으로 가미한 뒤 케이퍼와 향긋한 생 파슬리 등과 버무려 내는 요리로 해산물이 풍부한 베네치아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해산물 요리다. 이탈리아에서는 소고기나 송아지 고기 등 육류를 얇게 저민 요리도 카르파초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