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탄생 과정의 7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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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즈. 고르곤졸라, 모차렐라, 만체고, 브리, 에멘탈, 체더, 카망베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페타, 하우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영국, 그리스, 그리고 네덜란드의 ‘대표 선수’ 정도 되겠다.

치즈는 무엇인가? 요약하자면, 산이나 렌넷(응유효소)를 첨가하여 동물 젖의 단백질과 지방을 응고시킨 식품이 치즈다. 집에서 식초나 레몬즙을 이용하여 리코타 치즈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치즈 종류는 수천 가지에 달한다. 재료와 레시피, 치즈가 만들어지는 지역의 떼루아에 따라 맛이나 풍미, 질감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치즈 각각의 개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왜 어떤 치즈는 녹아내릴 듯 크리미하고 어떤 치즈는 왁스처럼 단단할까? 같은 경성 치즈라도 왜 어떤 치즈는 가열하면 잘 녹고, 어떤 치즈는 바닥에 기름만 흥건할 뿐 녹지 않고  질척해지기만 할까? 같은 체더치즈라도 어떤 치즈는 값이 싸고 어떤 치즈는 선뜻 구매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값이 나갈까? 왜 리코타나 모차렐라에서는 신선한 우유맛이 나고 콩테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에서는 복합적인 감칠맛이 날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치즈의 탄생 과정에 있다. 한 단계씩 짚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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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젖 (이하 ‘우유’)

우유의 수분은 유청으로 물과 유당이 주성분을 이루는 액체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젖의 단백질과 지방을 유청으로부터 분리하여 단단하게 응고시켜야 한다. 이것이 치즈 만들기의 핵심이다.

젖산 발효

유산군에 의한 유당의 젖산 발효는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을 응고시키기 위한 첫 단계다. 젖산으로 인해 우유의 pH 수치가 낮아지고 단백질과 지방이 응고하기 시작한다. 치즈 특유의 향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우유에 첨가되는 균종에 따라 발효가 즉시 진행되기도 하고, 수분, 염분, 산도에 따라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도 한다. 장기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치즈는 생 염소치즈처럼 시큼한 맛과 푸석푸석한 질감을 갖게 된다. 반면 단기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치즈는 스위스 치즈처럼 달달한 맛과 매끈하고 유연한 질감을 갖게 된다. 발효 시간은 온도와 균종에 따라 결정된다. 브리나 블루치즈의 경우 우유에 곰팡이나 효모를 첨가하는데, 이 미생물들은 치즈가 몰딩 된 후 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번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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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

우유를 단단한 커드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우유에 응유제를 첨가하면 우유의 단백질 사슬이 촘촘한 그물을 형성하면서 지방과 수분을 끌어안는다. 이 그물 덩어리가 바로 커드다. 응유제로 사용되는 렌넷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나뉘는데, 젖을 떼지 않은 어린 동물의 위벽에서 채취한 동물성 효소, 곰팡이나 효모에서 얻어낸 세균성 렌넷, 그리고 엉겅퀴 따위의 식물에서 얻어낸 식물성 렌넷이다.

우유가 커드로 응고되면 커드를 잘라줘야 한다. 이때 잘게 자를 수록 커드가 머금고 있는 수분(유청)이 더 많이 방출된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오랜 숙성기간을 필요로 하는 단단한 질감의 치즈를 만들 때에는 커드를 쌀알만 한 크기로 최대한 잘게 잘라준다. 반면, 브리처럼 녹진하고 크리미한 식감의 치즈를 만들 때에는 커드를 자르지 않고 덩어리째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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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

치즈 종류에 따라 커드를 가열하여 익히기도 한다. 가열할수록 수분이 추가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단단한 질감의 숙성치즈를 만들 때 거치는 과정 중 하나다. 커드를 가열하게 되면 완성된 치즈의 최종 맛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익힌 커드로 만든 치즈는 끓인 우유 특유의 달큼한 맛을 내기도 하고, 토스트의 구수한 풍미를 갖기도 한다.

몰딩

자르거나 가열을 통해 응고된 우유는 틀에 넣어 모양을 잡는다. 치즈 종류에 따라 손으로 가볍게 눌러주기도 하고, 기계를 이용하여 세게 반복적으로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압력의 강도에 따라 치즈의 최종 수분함량과 질감 등이 결정된다. 눌러주는 동안 커드는 실온에 노출되는데, 이때 발효가 진행되면 치즈의 산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산도 높은 치즈는 ‘샤프(sharp)’하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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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몰드에 넣어 모양을 잡은 치즈에 소금을 첨가하는 과정이다. 일반 소금을 사용하기도 하고, 소금물로 치즈를 적시기도 한다. 치즈 종류에 따라 몰드로 옮기기 전 커드 상태에서 소금 간을 할 때도 있다. 치즈를 만드는데 있어 소금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재료이다. 치즈의 박테리아나 곰팡이 번식뿐 아니라 수분함량, 그리고 산도까지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소금 하나가 치즈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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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숙성 과정은 치즈 종류에 따라 생략되기도 하지만, 숙성치즈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더없이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치즈는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수년간 숙성된다. ‘케이브(cave)’나 셀러(cellar)’ 같은 노천 환경에서 숙성되는 치즈는 수시로 점검하면서 뒤집어주고, 닦아주고, (소금물, 맥주, 와인, 브랜디 등으로) 씻어줘야 한다. 또한 공기가 지나치게 습해지거나 건조해지지 않도록 환경 조건을 제어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숙성되지 않은 치즈만을 구매하여 숙성과정을 전담해주는 ‘치즈 숙성 전문가’들도 있다. 비닐 재질로 진공포장된 치즈는 냉장보관만 하면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